미식축구 역사 탐방(54)
부산의 3,4구단 해양대와 경성대의 창단
한국 해양대와 경성대(전 부산산업대)는 동갑나기다. 해양대는 1979년 10월에 경성대는 11월에 창단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라이벌 의식이 대단했다. 특히 1993년에 두차례에 걸쳐 벌어진 두 팀의 라이벌전은 아직도 많은 미식축구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93년 추계 해양대 우승기사 자료:풋볼 뉴스
1차 라이벌전 1993년 전국 추계
11월 20일 한양대구장. 전국추계 결승전이 있는 날이다. 결승전에 진출한 팀은 동향의 라이벌 한국해양대와 경성대다. 해양대는 예선에서 부산대, 한양대, 경산대를 모두 격파하여 3승으로, 경성대는 첫날 경기에서 고려대에 일격을 당했으나 동아대와 계명대를 격파하여 2승 1패로 4강전에 진출하였고 해양대는 4강전에서 동아대를, 경성대는 부산대를 누루고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다.
이날은 11월이었는데도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려 한양대 구장은 마치 뻘밭 같았다. 볼은 미끄러워 패스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양팀 러시로 치고 받는 난타전으로 계속되었다.
그러나 경기시간이 흐르면서 당시 최고의 런닝백 정균식을 보유한 해양대가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전반에 TB정균식과 QB홍석문이 한 개씩 터치다운을 터뜨리며 전반을 14-0으로 마쳤다.
경성대는 후반에 뒤늦게 러시로 1개의 터치다운을 만회하여 6-14로 추격을 하였나 역전하기에는 벅찼다.
1차전은 해양대의 승리로 라이벌전을 마쳤다. 물론 대회 MVP는 해양대의 정균식이었다.
1993년 추계(34회 전국대회)
해양대 14-6 경성대
94년 마지막 14회 동계 경성대와 해양대의 혈전 보도기사 풋볼 뉴스
2차 라이벌전 1994년 전국 동계
해가 바뀌어 1994년 1월 11일 부산사직구장 제 14회 전국 동계
마지막 전국 동계다. 1994년 부터는 전국대회는 단일화가 되었으며 전통의 전국 추계가 전국대회를 계승하게 되었다. 대회명은 타이거볼로 1995년 1월에 제 35회 전국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해양대와 경성대는 이런 외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경성대는 경북산업대, 서울대, 경산대, 동아대를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며 지난 추계의 패배를 설욕하려는 일념 뿐이었다.
또한 성균관, 금오공대, 게명대를 누르고 결승에 오른 해양대는 지난해 동계, 추계에 이어 3연속 챔피온을 노리고 있었다.
날은 추웠지만 지난 추계처럼 비도 오지 않았고 경기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이 었다.
경기 초반부터 불꽃 튀기는 접전 끝에 제 3쿼터까지 14-14로 팽팽하게 나갔다.
4쿼터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 경성대 QB 박경배가 회심의 페이드 TD패스를 앤드존에 들어가는 리시버 유호정에게 적중시켰다.
이어 트라이도 1점을 성공시키면서 21-14로 경성대가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해양대는 추계 MVP 정균식이 있었다. 강력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QB 홍석문으로 부터 옵션 핏치를 받은 정균식이 30야드 독주로 터치다운을 터뜨린 것이다. 경기 종료 3초전이었다.
스코어는 20-21로 좁혀졌고, 해양대에게는 아직 트라이가 남았다.
해양대는 2점 트라이냐 아니면 안전하게 1점 트라이 후에 연장을 가느냐의 결정에서 1점을 택했다. 그러나 킥은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곧 종료 휘슬이 들렸다. 21-20으로 경성대 승리
대회 MVP는 경성대 QB 박경배가 수상했다.
1994년 1월 제14회 동계 결승
경성대 21-20 해양대
93년 동계 해양대 우승기사, 풋볼 뉴스
자율운동의 대명사 해양대 바이킹스
해양대는 섬에 있다. 따라서 자가용이 흔치 않았던 70년대 말에는 외부인들이 방문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강성봉 부산협회장과 김윤철 이사는 해양대에 방문하여 길거리 선수 모집을 하였다. 이때가 79년 10월이다.
다음은 창단 맴버 최득수의 당시 상황에 대한 회고다.
"이때 입부한 선수들은 77학번 강준영, 79학번 최득수, 이충남, 이주천 등입니다. 물론 늦은 가을이라 연습은 없었고, 다음해 3월부터 본격 연습에 들어 갔지요. 아마 그때 강성봉회장님으로 부터 새장비 10벌과 헌장비 10벌을 받았습니다. 이 장비는 신임 유화진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부산협회에 20벌을 기증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김윤철 이사, 강성봉 협회장, 최현두회장이 간혹 와서 지도를 해 주었지만 첫 한학기는 미식축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주로 낙법만 한 기억 밖에 없어요"라고 회고를 한다
이어 최득수 OB는 78학번 이지만 창단 다음해인 3학년 때에 입부한 박순범(RB)이 부산의 하일리아 미군 부대에서 가져온 미식축구 교본을 바이블로 삼아 연습을 주도하며 팀의 리더가 되었다고한다.
조금 알만하자 80년 가을에 부산대와 첫 경기도 가졌고, 81년 겨울에는 경성대와도 연습경기도 하였다고한다.
다음해인 81년 부산협회에서 주최하는 부산 추계에는 3위를 하였고, 82년 동아대 OB인 박기상이 코치로 들어와 팀을 조직적으로 지도하여 주었는데 이때 많은 기량의 발전이 있었다고 최득수 창단 부원은 회고한다.
그러나 전성기는 90년대 초반이다. 부산대를 이끌었던 차정한 감독이 팀을 지도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한 것이다.
자립정신이 강한 해양대에 차정한 감독의 지도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필자 나름대로 추측해본다.
92년 제 12회 동계 경성대 우승기사, 부산일보 1월 20일
강인호 감독의 미식축구 열정이 배어있는 경성대 드래곤즈
1979년 11월 졸업을 앞둔 한양대 미식축구 선수 강인호는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산업대(경성대)에 찾아와서 선수들을 뽑았다. 그리고 11월 11일에 모여 창단식을 가졌다. 그러나 곧 방학이라 연습은 없었고 이듬해에 1980년에 임권 정현태 등 좋은 선수들을 재모집한다. 전해에 들어온 선수둘이 모두 나간 것이다. 장비도 해양대와 마찬가지로 강성봉회장으로 부터 새장비 10벌 헌장비 10벌을 기증 받았다.
이들은 7월에 남해의 상주해수욕장에서 강인호 감독의 지도하에 강훈련을 마치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가을에 열린 부산 추계에서 4위를 차지한다.
다음해인 81년에 정환진, 김진, 강상훈 등 좋은 신입부원들을 확보한 경성대는 82년 1월 전국 동계에서 3위를하더니 가을에는 드디어 부산 추계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84년 25회 전국 추계에서 준우승을 하게되고 해가 바뀐 85년 1월에는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연세대와 결승에서 만나 42-14로 대승을 거둔다. 강인호 감독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경성대는 94년 동계까지 전국대회 우승은 거의 도맡다 시피하였는데 당시의 막강한 전력에는 RB 이창화 김진 정동수 QB 정환진 등의 활략이 대단했다.
강인호감독은 89년 말에 후임 정환진코치에게 팀을 넘기고 떠났는데 경성대의 전성기는 강감독의 땀과 열정이 배어있었던 시기라고 창단 맴버 정현태는 그 당시를 회고한다.
화무10일홍이오 권불십년이라
지금은 전국적으로 40여개 대학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팀이 오랫동안 독주를 할 수 없다.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아래로 쳐진다.
한때는 검정색 상의에 노란바지를 입은 팀, 곤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무척 터프하게 보였다.
꽃은 10일 이상 붉게 피지를 않고 10년 가는 권세도 없다는 말이 있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성대와 해양대의 시절도 막을 내렸다. 오래 전 일이다.
매년 해양대와 경성대는 부산에서 상위팀으로 올라오기 위하여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부산에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팀들이 많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렵다.
그 와중에 경성대는 2020시즌 부터 1부 리그로 진출했다.
아마 해양대도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아 다시 올라올 것으로 확신한다.
인용 자료및 자료제공자
1. 강성봉: 풋볼 뉴스 /1992년1993년/1994년
2. DRAGONS 20년사: 경성대 미식축구부 20년사
3. 자료제공: 정현태 경성대 OB 창단맴버/최득수 해양대 창단 멤버/박병권 해양대 OB, 해양대 감독/박경배 경성대 OB/강인호 경성대 창단 감독/ 정균식 해양대 OB/ 강성봉 초대 부산협회장/
4. 부산일보 1992년 1월 20일
글쓴이: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 한길 박경규 010-3541-5792
